I don't know what stressed me first or how the pressure was fed. 난 뭐가 나를 스트레스받게 만들기 시작했는지도, 이 압박감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잘 모르겠어. 2017년 4월 9일 23시 20분 가방검사를 마치고 보안직원과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눈 뒤 회사 건물 밖으로 나섰다. 해는 3시간 53분 전에 사라졌고 달빛이나 별빛이 잠실 하늘을 비춰주지는 않으니, 나는 온전히 가로등 불빛과 가끔 지나다니는 차들의 헤드라이트에 의지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잠실역의 2호선 막차 시간은 24시 21분이니까 삼보일배를 하면서 가도 늦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그런 불행한 일은 원치 않았다. 건물 밖을 나서서 몇 걸음을 걸었..
안녕하세요? 이런 메일을 드리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도, 나쁜 말을 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선한 의도의 비판이나 악의가 숨어있는 칭찬 같은 복잡한 기술을 가진 글쓰기는 어려워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잘 돌려서 기분나쁘지 않게 의도를 전달하는 것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예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제 부덕의 탓이니 그점에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몇 년 전에 클래스의 명명을 가지고 논쟁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 기억이 맞다면 ID Generator를 IdGenerator로 써야 되냐 IDGenerator로 써야 되냐를 가지고 싸웠던 것 같습니다. ID는 영어 약자..
일주일에 110시간씩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내가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실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싶었는데, 주위에 120시간씩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조용히 있었다. 조용히 모든 일상을 일하는데 투자했지만 일은 잘 안 됐다.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뭔가 얻는 것이나 배워가는 것이 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난 시간들을 대손 충당금으로 잡아둬야겠다고 마음 먹을 무렵, 프로젝트가 부지불식간에 끝나버렸다.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는 20대였는데, 프로젝트가 끝나니 30대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서울로 올라오면서 세상이 참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흐른 시간은 3개월밖에 되지 않다는 사실을..
슬쩍 본 밤하늘에는 별이 이중 포인터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별을 향해 이번 빌드가 성공하게 해주세요 라고 빌고 싶었는데 문득 별의 깜빡임이 조금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별이 아니라 우주정거장이나 비행기가 지나갔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자리로 돌아가서 결과를 확인해봤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간절함이 부족했나 봅니다. 화면엔 몇 번이나 봤었던 실패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또 실패했네요. 하지만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좌절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존심은 실패가 3번쯤 되었을 때 떨어지기 시작해서 5번째쯤에 바닥을 쳤고, 좌절감은 8번째 실패에서 이미 느꼈거든요. 심지어 방금의 실패는 뭔가 고치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냥 한 번 눌러본 빌드의 실패였습니다. 계속 실패한 빌드를 한 번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