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무렵에 집을 나서는 기분은 보통 좋을 수가 없을 겁니다. 그 시간에 집에서 나오기 위해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더더욱이요. 평소라면 잠들 시간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은 유쾌한 기분일 수가 없겠죠. 그런데 그날 새벽 5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제 기분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 설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영화가 개봉하던 날이었거든요.저는 항상 기다렸던 영화는 가능한 가장 좋은 극장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았던 극장은 천호동에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출근하거나, 퇴근한 뒤 영화를 보고 집에 갈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쓰고 있을 때였습니다. 보통 IT 계열의 자기소개서는 질문의 형태는 달라도 대충 '네가 얼마나 팀 단위로 일하는 것에 익숙하고 잘하는지 말해봐라' 식의 질문이 보통 하나씩은 있었습니다.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보니까 아무래도 팀 단위로 일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본인도 같이 일하는 사람도 괴로운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걸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저는 그런 부류의 질문에 꼭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팀 프로젝트가 있는 전공과목에서 단 한 번도 A+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물론 거짓말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수십 년간 일할 수도 있는 회사와의 첫 연결에는 정직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에 포토샵도..